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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이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이끌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이번 시즌이 사실상 은퇴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 속에, 그녀는 코트 위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에이스였고, 가장 뜨거운 리더였다. 김연경이라는 이름이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2025년 봄, 여자 프로배구 V리그의 챔피언결정전 무대에서 김연경은 또다시 주인공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은퇴를 점치던 이번 시즌, 김연경은 “마지막 불꽃”이라 불릴 만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흥국생명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연이어 터진 에이스다운 결정적 활약은 단지 ‘득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한 팀을 넘어 리그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연경은 1988년생으로 올해 만 37세. 선수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V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경기 후반, 체력적으로 어려운 타이밍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오랜 세월 다져진 승부감과 경기운영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연경은 코트 위에서 ‘리더’로서도 독보적이다. 후배들을 다독이고, 위기 상황에서는 먼저 앞장서며 분위기를 바꾼다. 배구가 단체 스포츠인 만큼, 한 명의 정신력이 팀 전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단지 팀의 기량 향상이 아니라, 김연경이라는 존재의 영향력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몇 년간 흥국생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칭 스태프의 교체, 구단 내부 갈등, 선수단의 부상 등으로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던 전통 강호의 자존심이 다소 흔들리는 시기도 있었다. 그런 흥국생명이 다시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단순히 실력 있는 선수를 넘어, 팀을 하나로 묶는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다. 경기 중 뿐 아니라 훈련장, 라커룸, 원정버스에서도 그녀는 팀 분위기를 주도한다. 외국인 선수와의 소통, 젊은 신인 선수들의 멘토링, 그리고 패배 후의 재정비까지 — 그녀의 존재는 감독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김연경의 기세는 여전하다. 특유의 깔끔한 공격 마무리, 절묘한 서브 타이밍, 노련한 디그와 수비 포지셔닝까지 모든 면에서 완성형 선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준결승에서의 25득점 활약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고, 상대 팀의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결정타가 되었다. 그녀의 존재는 단지 팀의 우승 여부를 넘어,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연경이 뛴다는 이유만으로 관중이 몰리고, 그녀가 인터뷰를 하면 그 내용이 SNS에서 화제가 된다. 이는 어느 순간부터 김연경이 단순한 ‘선수’를 넘어 한국 여자 배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다.
김연경의 이번 시즌은 많은 면에서 ‘라스트 댄스’처럼 보인다. 본인 역시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많은 것을 생각할 것”이라며 은퇴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팬들 사이에서도 ‘이 무대를 오래 볼 수는 없겠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주는 경기력과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레전드임을 증명한다. 은퇴는 선수의 육체적 조건만이 아니라, 정신적 여정과도 관련된 결정이다. 김연경이 지금 이 순간에도 코트 위에서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습관이나 의무가 아닌 ‘사명’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진정한 가치다. 그녀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전설이 또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마지막이든 아니든, 그녀의 플레이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김연경이라는 이름은 단지 통산 득점이나 세트 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는 끝까지 팀을 책임진다”는 메시지다. 이번 챔피언결정전, 그리고 김연경. 그 둘은 우리가 스포츠를 왜 사랑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